에세이/2024년 돌아보기

올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편팀장의 작업실 2024. 12. 2. 17:30

  올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엄마가 크게 다치신 것이다.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는데, 우리 엄마가 옹벽에서 떨어졌고 허리뼈 골절 진단을 받았다. 응급실에서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절대로 움직이면 안 된다고, 잘못하면 못 움직이게 될 수도 있다고. 지금 다시 생각해도 정말 무서운 순간이다. 누워 있는 엄마랑 나는 한참을 울었다. 다시는 엄마가 걷지 못하게 될까 봐 너무 무서웠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이 거의 그렇겠지만 항상 고생만 하다 이제야 조금 편안해지셨는데... 계속 누워만 계셔야 한다는 게 정말 끔찍했다.

  이런 경우에는 내부 출혈이 심하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며칠동안 수술도 못하고 꼼짝없이 누워계셨다. 물론 수술 준비를 해야 해서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을 감내하고 MRI 촬영도 하고 알레르기 테스트도 하는 등 여러 검사를 마쳤다.

  엄마는 어떻게 되는 걸까하며 걱정에 걱정만 거듭하고 있을 때, 의사 선생님과의 면담도 잡혔다. 의사 선생님은 수술을 하고 나면 걷는 것은 물론이고 뛸 수도 있다고 하셨다. 걱정이 다 사라질 수는 없었지만 정말 기쁜 소식이었다.

  그렇게 엄마는 나사못으로 척추를 고정하는 고정 수술을 받으셨다. 수술하고 나서는 무척이나 아파하셨다. 비유하자면 아기를 1000번 낳아도 될 정도의 고통이라고 하셨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무통 버튼을 15분 간격으로 누르는 것뿐이었다. 엄마는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고통을 호소하셨다. 무통 주사도 엄마의 아픔을 없애줄 수는 없었다.

  당연한 것이지만 엄마는 예전처럼 힘차게 걸을 수 없었다. 어지러움이 심해 폴대를 잡고 천천히 걷기 시작하셨고 한 달이 지나도 비슷한 상태였다. 두 달이 지나도 어지러움증은 왔다갔다 했다. 그 유명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였다. 그래도 두 달이 지나서는 퇴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좋았다. 내일은 나빴다. 아침에는 괜찮았다. 저녁에는 나빴다. 반복이었다. 늘 집에만 계실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척추를 고정한 나사가 또 허리를 찔러 엄청난 고통까지 함께였다. 처음에는 수술이 잘 되었다고 하셨는데 작은 나사라 움직임에 따라 나사 위치가 바뀌어서 원한다면 나사를 빼 주시겠다고 하셨다. 뼈는 6개월이 지나야 튼튼하게 붙기 때문에 6개월이 지난 후에 나사를 뽑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썼지만 나사를 제거하는 수술을 결정하기까지도, 몇 개월 후에 나사를 뽑을 건지 정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언제 시간이 가나했는데 시간이 흘러 엄마는 이번 달에 나사를 빼는 수술을 하신다. 그래도 지금은 누구의 도움 없이도 잘 걸으신다. 뛸 수는 없지만 한결 괜찮다고 하셨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진짜다. 하지만 그 시간이 약이 될 수 있도록 엄마가 잘 참고 견디신 덕분이다. 나사를 뽑는 수술을 하고 나면 정말 더 괜찮아지시면 좋겠다. 내년에는 엄마가 뛸 수 있게 됐다고 글을 쓰고 싶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분들이 이 글을 보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시면 좋겠다.

 

덧: 환자를 일상생활로 돌려주기 위해 애쓰시는 의료진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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