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앵무새 죽이기의 원제가 앵무새가 아닌 다른 새였던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무슨 새였는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독후 기록을 하려 마음먹고 책의 앞장을 넘긴 순간 원제를 알게 되었다.
To Kill a Mockingbird가 앵무새 죽이기의 원제였고 Mockingbird는 우리나라 말로 흉내지빠귀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말 제목은 흉내지빠귀 죽이기다.(어감 때문에 앵무새 죽이기로 번역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제목을 보니까 책의 도입부를 읽고 있을 때는 책 제목과 내용에서의 유사성을 찾느라 책에 집중하지 못했던 게 생각났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여전히 제목은 왜 흉내지빠귀 죽이기인가 의문에 빠져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다 쓰고 나면 알 수 있을까?
<스포일러 주의>
이 책은 스카웃이라는 미취학 학생이 젬 오빠와 딜이라는 친구와 놀이를 하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셋이서 하는 놀이는 옆집에 있는 부 래들리 씨를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부 래들리 씨는 청년 시절 사건을 일으킨 이후로 집 밖에 나오지 않는 인물로 어른들에게는 사회부적응자로 여겨지고 아이들에게는 괴물이나 귀신, 좀비와 같은 존재이다.
스카웃의 아버지는 작은 마을의 변호사로 마을의 지식인이자 올곧은 사람이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사랑하고 애정표현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는 부족함 없는 자랑스러운 아버지다. 그는 아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캘퍼니아라는 흑인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키운다.
이 이야기의 주요 사건은 톰이라는 흑인이 백인 여자를 겁탈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고 그것을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가 변호를 맡게 된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무도 당연하지만 이 시절에는 흑인은 버스 앞자리에는 감히 앉으면 안 되는 시절이자, 심지어는 잘못한 것이 없어도 잘못한 사람이 되는 시절이었다. 재판 중에 톰이 겁탈한 것이 아니라 외로운 백인 아가씨가 다정한 흑인 톰에게 사랑에 빠진 것으로 밝혀졌지만 백인우월주의가 진실을 알면서도 모른체하여 결국 톰은 사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재판으로 실체가 드러난 메이옐라의 아버지이자 가진 것은 백인으로 태어난 것 밖에 없는 밥 이웰은 자기의 체면의 구긴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에게 복수하기 위해 젬과 스카웃을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젬은 밥 이웰의 공격을 받아 쓰러지고 밥 이웰은 스카웃의 생명을 위협한다. 쓰러진 젬과 위험에 빠진 스카웃을 옆집 이웃, 부 래들리가 구해서 집으로 데려온다.
이 과정에서 밥 이웰은 사망하고 스카웃의 아버지는 젬이 밥 이웰을 죽인 것으로 오해하고 참된 가르침을 위해 아들을 법정에 세우려 하지만 보안관이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게 새로운 정의를 제시하면서 이 사건은 마무리된다.
너무도 유명한 이 책을 나는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처음 읽게 되었다.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알겠으나 여전히 어려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에 이 책이 필독서라는 이유로 읽었다면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다짐한 것은 어느 순간에도 비겁한 사람이 되지 말고 정의로운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정의감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 주어서 그런가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아이들의 이웃, 모디 아줌마처럼 아이들을 이해하고 다양한 종교와 사람들을 존중하는 어른, 스카웃의 아버지처럼 아이들을 존중하면서도 잘못한 것에 관해서는 차분하게 그러나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어른, 아이들이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책을 다 읽었던 것은 2024년이었는데 감상문을 쓰는 것은 2025년이라 진짜 독서(책 읽기에 그치는 것은 독서를 통한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없어서 이렇게 표현했다.)를 실천하지 않은 나를 반성하며 감상문을 마친다.
감상문을 다 쓰고 나서도 제목이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아서 찾아보니 흉내지빠귀는 순수하고 해를 끼치지 않는 인물을 상징한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보니 제목을 참 상징적으로 잘 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걸 왜 몰랐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제목이 주는 여운이 상당하고 제목과 내용이 겹쳐보니 참 마음이 아픈 제목이다. 흉내지빠귀가 죽는 일이 없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이제 진짜로 감상문을 마친다!
덧1. 흉내지빠귀 사진
https://ko.wikipedia.org/wiki/%ED%9D%89%EB%82%B4%EC%A7%80%EB%B9%A0%EA%B7%80#/media/%ED%8C%8C%EC%9D%BC:Mimus_polyglottos1.jpg
덧2. 명대사: 보안관 테이트의 “젠장, 난 지금 젬을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요.”
표면적으로는 더 좋은 말이 많지만 이면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숨겨주는 모습이 드러나서 명대사로 꼽았다.